LIFE PLUS

M E N U

여행

여행

빈 빛낸 유명 음악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집과 묘지

2025.07.25

오스트리아 빈에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이 두 곳 있다. 그들의 음악을 모은 ‘음악의 집’과 그들의 유해를 모은 중앙공동묘지다.

‘음악의 집’은 오페라하우스 인근에 있다. 엄청난 시설은 아니지만 꽤 흥미로운 곳이다. 총 4개 층으로 이뤄진 곳인데 1층은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2층은 ‘소노토피아’ 3층은 ‘빈 클래식’ 4층은 ‘가상 지휘자’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오스트리아 빈 ‘음악의 집’ 전경. 남태우 기자
오스트리아 빈 ‘음악의 집’ 전경. 남태우 기자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빈필) 관련 자료나 사진으로 장식된 1층에는 ‘빈필의 방’이 있다. 빈필 연주 실황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곳이다. 실제 현장에 가서 듣는 것에는 못 미치겠지만 유튜브로 듣는 것보다는 훨씬 뛰어나다. 마침 2025년 신년음악회와 2024년 쇤브룬궁전 연주회를 상영한다.

20여 명이 앉는 객석에는 젖먹이,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데려온 부모는 물론 노부부도 보인다. 어릴 때부터 늙을 때까지 고전음악을 늘 접하고 살면 친밀하고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연주를 듣던 한 어린이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박수를 친다.

한 관람객이 ‘음악의 집’ 3층 요제프 하이든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관람객이 ‘음악의 집’ 3층 요제프 하이든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3층은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프란츠 슈베르트 등 빈을 빛낸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환상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 하이든의 방이 나온다. 옆방은 모차르트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그의 가족 그림을 볼 수 있고, 그가 작곡한 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베토벤, 슈베르트의 방을 지나면 구스타프 말러의 공간이 나타난다. 숲속처럼 꾸민 방에서 그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흘러나온다. 이 방의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곡이 아닐 수 없다.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연주에 빠져든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짐머링역에서 내려 트램 71번으로 갈아탄다. 5분만 더 가면 빈 중앙공동묘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모차르트 기념비를 중심으로 베토벤,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2세 등 빈과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많은 음악가 무덤이 있다.

가을에는 환상적인 산책 코스가 되는 오스트리아 빈 중앙공동묘지. 남태우 기자
가을에는 환상적인 산책 코스가 되는 오스트리아 빈 중앙공동묘지. 남태우 기자


중앙공동묘지 입구에서 2~3분 걸어가면 ‘음악가 구역’이 나오는데 대부분 음악가는 이곳에 묻혔다. ‘음악가 구역’ 구성은 인상적이다. 모차르트 기념비가 가운데 서 있고 그 주변을 베토벤,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2세 등이 에워싼 형태다.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모차르트가 최고의 음악가라는 걸 내세우기 위해서다.

사실 모차르트는 무덤도 없고 유해도 없다. 그는 35세이던 1791년 눈을 감았는데 장크트 마르크스 공동묘지의 평민 공동무덤에 묻혔다. 나중에는 그 위에 다른 공동무덤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모차르트의 무덤은 물론 유해를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돼 버렸다.

많은 관람객이 오스트리아 빈 중앙공동묘지 모차르트기념비 주변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남태우 기자
많은 관람객이 오스트리아 빈 중앙공동묘지 모차르트기념비 주변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남태우 기자


빈 시청은 모차르트가 죽고 68년 뒤인 1859년 장크트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기념비를 세웠다. 모차르트를 잊을 수 없었던 후배 음악인들은 모차르트 사망 100주년이던 1891년 베토벤, 슈베르트가 이미 묻혀 있던 중앙공동묘지로 기념비를 옮겼다.

독일 출신인 베토벤은 1827년 3월 26일 빈에서 숨을 거뒀다. 장례식에는 후배 작곡가 슈베르트도 참석해 추모의 횃불을 들고 행진했다. 베토벤은 처음에는 빈 북서쪽 베링 공동묘지에 묻혔다가 1888년 중앙공동묘지로 이장됐다.

베토벤이 죽고 1년 뒤인 1828년 이제 겨우 서른한 살이던 슈베르트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처음에는 베링 공동묘지의 베토벤 무덤 근처에 매장됐지만 1888년 베토벤과 함께 중앙공동묘지로 이장됐다.

음악가들의 묘비를 찍고 있으려니 정말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혼자 오는 사람도 있고, 부부로 보이는 중년도 있다. 무더기로 몰려온 단체 관광객도 보인다. 이곳에도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글·사진/빈(오스트리아)=남태우 기자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