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립미술관(BMA)이 약 47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17일 한층 확장된 모습으로 시민 곁에 돌아왔다(부산일보 9월 17일 자 1·2면 보도). 1998년 개관 이후 28년 만에 단행된 이번 개보수를 통해 미술관은 연면적을 2만 2297㎡로 늘리고 최첨단 항온·항습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면적인 공간 개편을 거쳐 미래형 미술 플랫폼으로 거듭난 것이다. 16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산시립미술관 재개관의 주요 변화와 4개 특별전의 핵심 내용을 짚어본다.


■공간의 경계를 허물다… 달라지는 미술관
이번 미술관 공사에는 설계비 13억 7000만 원, 공사비 428억 7400만 원 등 총 469억 6500만 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28년 된 노후 시설을 전면 개보수하고 연면적을 기존 2만 1426㎡에서 2만 2297㎡(지하 2층, 지상 3층)로 증축했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개보수의 핵심 키워드로 ‘경계의 해체’(리미널 스페이스)를 꼽았다. 서 관장은 “수평적, 수직적으로 시공간을 해체했다”며 “1, 2, 3층 공간을 수직적으로 열었고, 수평적으로는 안과 밖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답답하고 작은 방처럼 나뉜 구조에서 벗어나 대형 가변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주요 개선 내용으로는 최첨단 항온·항습 시스템 구축, 3층 전시장 통합과 개편, 수장고와 기술 자료 시설 확충, 카페 등 관람객 편의 공간 확충 등이 꼽힌다. 특히 관람객 동선과 접근성 강화를 위해 벡스코 앞 도로 쪽으로 메인 정문을 새로 설치해 총 3개의 출입구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미술관 측은 소장품 보존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전시장, 어린이갤러리, 관람객 휴식 공간, 야외 조각공원을 유연하게 연결해 시민과 사회,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1층에는 디자인·공예·서점·신진 작가 프레젠테이션 공간이 어우러진 오픈 플랫폼 ‘문화편집숍’을 선보일 예정이며, 2층에는 약 100평 규모의 ‘프로젝트 갤러리’를 상설 신설해 부산 미술사를 연구하고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재조명하는 연구·전시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관람객 맞아
재개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4개의 특별전은 과거와 미래, 아카이브와 어린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하나로 통합된 3층 전시장에서는 첫 국제전인 ‘퓨처 뮤지올로지’(Future Museology, 2027년 3월 14일까지)가 개최된다. 임은민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이 전시에는 부산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독일 ZKM,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스페인 TBA21-아카데미 등 국내외 9개 미술관 협의체가 참여한다. 전시는 AI가 인간의 지식과 신념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현상,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 생태적 질문 등을 다룬다. 특히 AI 평가로 선발된 지역 작가 6명이 AI의 지시에 따라 작품을 제작하고 경매에 올리는 순환 시스템 실험을 선보인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구성한 전시는 관람객이 동선을 따라가며 기술이 감각과 지식을 재편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메인 전시 공간인 2층에서는 두 개의 기획전이 열린다. 강선주 학예연구사의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2027년 2월 14일까지)은 이인성, 양달석, 이쾌대 등 당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시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해석이 교차하는 작품 26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 460여 점을 통해 광복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격동기를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전시 제목은 임화의 시 ‘현해탄’에서 따왔다. 세컨드 컴플렉스, 최대진, 김덕희 등의 부산시립미술관 커미션 신작도 만날 수 있다. 김종식(‘김종식의 부산항과 시대의 풍경’), 양달석(‘양달석의 삶과 사람들’) 등 부산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공간도 별도로 꾸려 지역적 정체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어 신설된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박선주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상설 아카이브전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2027년 3월 14일까지)가 개최된다. 개관 후 28년간 축적된 건립 도면, 행정 문서, 건축 유물 등을 현대미술 작가 5인(그라운드아키텍츠·, 박고은, 정지현, 정현준, 황규민)의 시각예술로 재해석해 미술관의 다음 시간을 준비한다.


지하 1층 어린이갤러리에서는 황서미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체험형 전시 ‘안전기지’(2027년 5월 30일까지)가 마련된다. 정신분석학의 ‘안전기지’ 개념을 바탕으로, 어린이가 미술관을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애착 공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됐다. 건축가 네임리스의 신체 감각 기반 구조물과 방&리의 AI 반응형 디지털 시스템을 넘나들며, 어린이들은 아날로그적 놀이와 디지털 인터페이스 환경 속에서 기술과 주체적인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탐색·표현할 수 있다. 새롭게 개편된 시설과 4개 재개관 특별전은 17일부터 관람객에게 전면 개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