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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탐방] 문득 들린다… 섬들이 저마다 간직한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여수시 진모지구에서 지난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4일까지 열린다. 섬은 고립된 공간, 단순히 바다에 떠 있는 땅이 아니라, 섬마을 사람들의 역사이면서 삶, 미래이다. 해질 무렵 박람회가 열리는 여수 진모지구의 모습이 충만하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바다, 파도, 해산물, 무인도… 고립 그리고 나만의 섬’.
섬(島)을 떠올리면 많은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배를 처음 타고 비진도를 향하던 일. 학창시절 추억이 깃든 매물도. 잔인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영화 〈섬〉까지.
섬은 누구에게나 많은 추억과 희망, 그리고 나만의 안식처를 느끼게 한다.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3390개(유인도 480개, 무인도 2910개)의 섬이 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섬들이 적지 않다. 섬과 관련된 흥미로운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전남 여수로 달려갔다.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열리는 국제행사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그것이다.

드론을 이용해 박람회 주행사장인 피라미드 모형을 연출한 모습(왼쪽 위에서 시계방향)과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 섬테마존의 바오밥나무 모형,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된 피라미드 전시장 모습.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
지난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린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전 세계 104개 국이 보유한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해수면 상승과 인구 소멸 등 지구 위기에 공동 대응하자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에 해외 33개 국과 유니세프, 국내 7개 지방정부, 11개 공공기관, 15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는 11월 4일까지 두 달간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통해 기후 위기와 섬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등을 알릴 계획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리는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는 바다를 품고 있다. 박람회장 주변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어 섬 이야기를 풀어 놓는 데 적합해 보였다.
주행사장인 진모지구에서는 주제섬을 비롯, 해양생태섬, 문화섬, 미래섬, 국제교류섬, 보물섬 등 6개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더웠다. 전시관으로 가는 길목마다 물 안개를 분사하는 쿨링포그와 그늘막 쉼터가 반가웠다. 물 안개를 맞으며 전시관으로 향하는데 피라미드 모형의 대형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났다. 가로·세로 40m, 높이 20m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 외벽이 미디어파사드로 빛났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360도 건물 전체에 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비친다. 압도적이면서도 현란하다.
‘주제섬’은 여수세계섬박람회 주제를 담은 핵심 전시관이다. 섬의 현재 가치와 미래비전을 제시해 섬을 지키고 보전해야 하는 이유 등을 알려주고 있다. 주제섬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나무가 반긴다. ‘생명의 나무’다. LED 조명과 스크린이 나무를 비추면서 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의 나무에 생뚱맞게 로봇팔이 박혀 있다. 섬이 견뎌온 힘든 역사를 현대기술(로봇팔)이 치유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생명의 나무를 지나면 섬의 탄생 과정, 전 세계 섬의 분포와 생태계, 섬이 지닌 다양한 즐거움 등을 소개한다. 화산섬, 퇴적섬, 침식섬, 산호섬 등 다양한 섬들의 탄생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이해를 도왔다. 데이터로 보는 세계의 섬 코너도 인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어디일까? 정답은 자바섬(인도네시아). 1억 5000만 명이 살고 있다. 퀴즈 형태의 패널로 만들어져 관람객들의 재미를 더했다.
주제섬을 나와 해양생태섬으로 향했다. 이곳은 바다 위에 떠있는 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 바다와 섬의 생태계 속으로 들어간다. 섬이 해양 생태계를 이루는 하나의 존재로 인식되는 곳이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섬과 바다가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며 하나의 생태를 이루는지 알 수 있다. 오염된 바다를 보여줌과 동시에 치유의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 인상적이다.
‘문화섬’으로 향했다. 문화섬은 섬이 품어온 문화를 표현한 곳으로,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전통, 신화와 예술의 풍경을 알려준다.
입구에 들어서자 배를 상징하는 곡선의 벽면이 마치 배 안으로 들어가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입구에 설치된 책 모양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설화와 함께 섬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곳은 전 세계의 섬 문화와 신화를 통해 섬이 어떻게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은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담수 관리 체계인 ‘수박시스템’, 그리스 메가니시섬의 마실 물 구하는 방법인 ‘스테르나’ 등 다양한 전통 방식이 인상적이다.
‘사씨남정기(김만중)’, ‘어부사시사(윤선도)’, ‘자산어보(정약전)’ 등 국보급 문화적 유산들이 섬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이 새롭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 바다 위에서 마주한 단절과 표류, 그리고 고립.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며 견뎌야 했던 많은 시간들. 이들 유산은 유배지로 활용됐던 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문화섬을 나와 ‘미래섬’으로 향했다. 테마별 전시관의 동선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편의성이 돋보였다. 미래섬은 미래기술과 변화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미래 이동수단인 헬기와 비슷한 버디포크와 수소선박 등이 실제 전시돼 있다.
이들을 이용하면 섬은 더 이상 고립의 공간이 아니다. 앉아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미래탐험존’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앉은 자리에서 섬의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존이다. 해저와 육지를 잇는 각종 이동 수단과 해저로부터 얻는 에너지 자원 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세계 33개 국 정보 교류의 장·다양한 먹거리
여수세계섬박람회에는 세계 33개 국이 참가했다. ‘국제교류섬’에서는 케냐의 라무섬을 비롯해 필리핀의 푸에르토갈레라, 튀르키예의 괴크체아다, 페루의 타킬레, 스페인의 오로타바 등 각국의 관계자들이 부스를 운영하면서 섬의 생태나 미래 활용 방안 등을 홍보하며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특히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세계 최초의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섬의 보전과 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준점이 되고 있다. 공원 관리원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생명 다양성을 보호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박람회에서 먹거리를 빼 놓을 수 없다. 세계섬박람회가 열리는 여수하면 남도의 맛으로 유명하다. 세계섬박람회에서는 ‘섬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두 군데의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섬 인근의 ‘식당·마켓A’에서는 벌교 꼬막튀김과 연평도 게장반상, 여수 노을 서대회무침, 제주 고기국수 등 한국의 남도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국제교류섬 인근에 있는 ‘식당·마켓B’에서는 흑해 아일랜드 양고기와 인도양 탄두리치킨, 에게해 직화 케밥, 괌타히티플래터, 큐슈 규동, 지중해 쉬림프 로제 파스타 등 세계 각국 섬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1300여 석이 마련된 식당 공간이 넉넉함을 준다.
야외 행사장도 인기다. 특히 행사장을 거닐다 보면 박람회 마스코트인 ‘다섬이’를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어린이들과 여성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섬테마존에 설치된 바오밥나무와 모아이석상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은 여수의 섬과 독도, 가파도 등 국내 섬을 물론 이스터섬, 몰디브, 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유명 섬들을 구현해 관람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섬테마존 전망데크에서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는 느낌도 남다르다.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이라면 ‘보물섬’도 추천한다. 이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탐험형 놀이터를 컨셉으로 한 전시관이다. 대형 미끄럼틀과 볼풀장은 물론 해적선 컨셉까지 마련돼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여기다 해양쓰레기를 치우며 미션을 해결하는 AR 섬 생물 체험과 암벽 등반의 느낌을 내는 매직 아트도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 여수세계섬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장을 넘어 실제 섬 전체가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섬에 들어가 걷고 먹고 머물며 섬의 삶과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개도 16종, 금오도 21종의 체험·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개도에서는 ‘섬섬캠핑’이 눈에 띈다. 섬섬캠핑장을 중심으로 캠핑과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지역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그래피티 전시·체험도 마련돼 있다. 금오도에서는 18.5㎞ 해안 절벽을 걷는 비렁길 트레킹과 드론 이색 체험도 가능하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단순한 전시행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매력이 있다. 진모지구의 주행사장을 관람한 뒤 금오도로 이동해 비렁길을 걷고, 안도에서 별밤을 경험한 뒤 개도에서 섬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면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진수를 모두 경험하게 된다.
섬은 단순히 바다 위에 떠 있는 땅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이어온 섬마을의 역사이자 문화이고 주민들의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게재일: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