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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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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신비에 탄성이 절로… 더위 따위 까마득히 사라져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 피서지로 동굴만 한 게 없다. 울산 울주군 자수정동굴나라에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아 자수정을 비롯, 공룡동굴, 반딧불동굴 등 각종 테마동굴을 둘러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 피서지로 동굴만 한 게 없다. 울산 울주군 자수정동굴나라에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아 자수정을 비롯, 공룡동굴, 반딧불동굴 등 각종 테마동굴을 둘러보고 있다.

보트 동굴 탐험

보트 동굴 탐험

미디어아트 광장

미디어아트 광장

자수정동굴 벽화

자수정동굴 벽화

정말 덥다. ‘찜통 더위’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낮 최고온도이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오직 시원한 곳만 찾게 된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시원한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면 동굴만한 곳도 없을 듯 하다. 그렇다고 램프를 들고 박쥐가 우글거리는 동굴 탐사를 하자는 건 아니고, 우리 주변에 가족들과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기운도 받을 수 있는 곳.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자수정동굴나라를 다녀왔다.

■영롱한 보라색 보석을 품은 자수정동굴나라

부산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자수정동굴나라는 영남 알프스의 백미 신불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2월의 탄생석이며 세계 5대 보석 중 하나인 자수정을 채광하던 광산 갱도다. 총 길이 2.5km, 넓이만 약 1만 6500㎡(5000평)로 축구장 약 2.3개 정도의 넓이다. 폐광으로 방치됐다 1987년 테마파크로 조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잔뜩 찌푸린 미간이 시원한 기운이 두리운 신불산 자락에 들어서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역시 자연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났는데도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이 다르다.

자수정동굴나라 탐험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동굴 구간을 직접 걸으며 관람하는 도보 코스와 지하 수로를 이용해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수로 탐험 코스가 마련돼 있다. 두 가지 모두 경험하고 싶어 신청했더니 매표소 직원이 보트 탐험부터 하란다. 보트 탐험을 하기 위해 ‘선착창’에 도착하니 동굴 안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역시 동굴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무보트에는 한 번에 10명씩 탑승한다. 보트 3개 정도를 보내고 나서야 내 차례가 됐다.

보트에 몸을 싣고 낮은 천장 아래 수로를 지나는 기분이 묘하다. 미로같은 지하동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마치 미지의 지하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더위는 온데간데 없다. 동굴 수로를 달리던 보트 ‘선장’이 “여기서부터 내려서 걸어가야 합니다”라고 한 썰렁한 농담은 동굴 천장에 박힌 보라색의 영롱한 자수정을 보며 용서가 됐다. 어두운 동굴에 선명한 보라색의 자수정이 영롱한 빛은 뿜어냈다. 아름답다. 역시 보석은 보석이다.

수로의 길이는 500m로 각종 동굴과 연결돼 있어 이색적이었다. 박쥐가 산다는 박쥐동굴, 폭포수가 떨어지는 폭포동굴, 여기저기 자수정이 박혀 있는 자수정동굴 등 다양했다. 동굴 수로의 수심이 궁금해 물었더니 2m란다. 수로는 동굴 암반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온 지하수가 모여 수로를 이뤘다고 했다. 보트 탐험이 시작되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돌 지난 아기는 7분여 동안의 여정이 끝날 쯤에야 울음을 멈췄다.

잠깐 동안의 동굴 탐험이었는데도 몸은 벌써 더위를 잊고 있었다. 동굴 속 연중 평균 기온이 12~16도라 하니 그럴만 했다. 곧바로 도보 탐험에 나서려다 차가워진 몸을 조금 데운다는 기분으로 테마파크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아이들을 위한 공룡나라가 있다고 해서 갔더니, 커다란 공룡 모형 앞에서 가족들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바이킹,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도 눈에 띤다. 바이킹을 탄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참 오랜만이다.
 

자수정 정동.

자수정 정동.

자수정동굴 캐릭터존.

자수정동굴 캐릭터존.

동굴 밖 공룡나라.

동굴 밖 공룡나라.

■태고의 신비가 어우러지는 자수정의 세계

보트 탐험을 해봤으니 이젠 걸어서 동굴 탐험에 나섰다. 과거 자수정을 채굴하던 모습의 벽화가 동굴 입구에서 반겼다. 힘든 노동의 현장을 인기 캐릭터와 함께 따뜻하게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추천 경로를 따라 반딧불동굴부터 찾았다. 예상대로 반딧불이는 없었지만, 벽면 가득 반딧불을 표현한 조명들이 다채로웠다. 반딧불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을 뒤로 하고 공룡동굴로 향했다. 공룡동굴 입구에서 만난 물 뿜는 고래 모형물 보며 여기가 ‘고래의 도시 울산’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역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캐릭터는 공룡이다. 아이들은 거대한 공룡 모형을 직접 만져 보고, 거대한 공룡 입에 들어가 공룡의 표정을 지으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움직이는 공룡을 보고 놀라 우는 아이는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에 ‘빛의 향연’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빛동굴’이 나타났다.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동굴 벽면과 천장에 빛으로 꾸며진 동굴에선 마치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신비로운 모습에 사진에 담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빛동굴에서 이어지는 미디어아트광장에선 산타크로스와 루돌프, 아이러브존 등 다채로운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추억을 담긴엔 제격이다.

빛동굴의 신비로움을 지나면 오리보트가 나온다. 동굴 수로 체험을 하지 못한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인 듯 했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여기서 꿀팁! 동굴 체험을 하려면 얇은 옷이나 모자가 필수다. 동굴 천정에서 물에 떨어지기도 하고, 오랜 동굴 탐험에 체온이 낮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관광뿐 아니라 고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도보로 관람할 수 있는 동굴탐험 코스는 6500만년 전 조립식 화강암으로 형성된 곳이다. 태고의 신비가 이어지는 자수정 정동이 그대로 남아 있고, 실제 동굴 내부에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자수정은 ‘언양 자수정’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최상급에 속한다.

동굴에 오래 있어서 인지 몸이 싸늘해 자수정 기체험관으로 향했다. 몸도 따뜻하게 하고, 더위로 지친 기운도 받고…. 자수정의 신비한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체험실은 따뜻했다. 십여 명의 관람객들이 바닥이 따뜻한 기체험실에 앉거나 누워 자연 그대로의 자수정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몇몇 관람객들은 자수정 벽면에 최대한 다다가 자수정을 기운을 받거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수정의 기운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자수정 암반수도 인기다. 자수정 기체험실 인근에 보면 자수정에서 나오는 암반수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자수정 암반수는 폐의 기를 좋게 하고,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심장의 기를 높여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뜻해진 몸을 이끌고 나오니 소원동굴의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까지 왔는데 소원 하나 빌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방향을 잡았다. ‘우리 가족 건강하면서 하고자 하는 모든 일 이루게 해 주세요’ ‘다이어트 성공하게 해 주세요’ ‘엄마 아빠 새 폰 갖고 싶어요’ 등 갖가지 소원이 적힌 카드들이 소원동굴 벽면에 가득하다. 수백 개의 소원들을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전부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을 빌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게재일: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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