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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문장으로 쌓은 파도라니...김25 개인전
2025.06.12

김25 작가의 개인전 ‘WAVE:Castaspell’(파도를 넘다)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부산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린다. 사진은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김25의 'Noah’s Ark'(2025). 작가 제공

김25의 'Noah’s Ark'(2025). 작가 제공
푸른색 바다 위로 산산이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거칠기 짝이 없다.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위로 솟구치는 붉고, 푸른 파도 역시 온 세상을 빨아들일 듯 세차게 소용돌이친다. 파도 끝에는 깨알 같은 문장이 달려 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파도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문 텍스트가 끝없이 이어진다. 일렁이는 파도에 마치 빛처럼 흐르는 색감 역시 인상적이다.

김25의 'Noah’s Ark'(2024). 김은영 기자
읽히기를 거부한 ‘파도 언어’가 의미 전달 체계를 넘어서 하나의 시각적 리듬으로 작동한다는 게 놀라웠다. 관람객은 글을 읽는 대신, 그림을 느끼게 된다. 김25(김이오) 작가는 바다를 기호학적 상상력의 심연으로 끌어들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부산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김25 작가의 개인전 ‘WAVE:Castaspell’(파도를 넘다)가 열리고 있다.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이자 전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의 표현처럼 “김 작가는 회화적 실험을 통해 바다의 시각적 형상을 넘어, 언어와 문명의 메타포로서 해양을 소환했다. 그의 작품은 텍스트가 이미지로, 이미지가 구조물로, 구조가 다시 감각으로 전환되는 복합적 미학의 집합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김 작가의 바다 시리즈 작업은 2018년께 시작됐다. ‘조우하다, 다시-영원’(Meet of each other-L’Eternite) 시리즈를 4년 정도 지속했고, 2023년엔 ‘노아의 방주’ 시리즈를 선보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작가가 주요 활동 기반으로 삼는 광주와 서울 두 곳은 바다가 없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작가는 바다가 있는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바다, 펄에 갇혀 죽을 뻔한 기억이 있어요. 부산 바다와 다른 점이라면, 거긴 포구이고 여긴 항구라는 점이죠. 옛날 강진 바다가 도자기를 실어 나르던 바다였다면, 영도는 조선소와 수리 조선소로 대표되는데 노아의 방주 같은 배가 많이 보인다는 거죠.”

김25 작가의 개인전 ‘WAVE:Castaspell’(파도를 넘다)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부산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린다. 문 바깥으로 수리조선소 선박이 보인다. 김은영 기자

김25 작가의 개인전 ‘WAVE:Castaspell’(파도를 넘다)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부산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린다. 사진은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김25 작가의 개인전 ‘WAVE:Castaspell’(파도를 넘다)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부산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린다. 사진은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김25의 'Cast a spell'(2025). 작가 제공
지난해 1월 제23회 개인전 전남대 박물관 초대전은 ‘노아의 방주’(Noah’s ark-Don’t look away!)로 치렀다. 구약성서의 ‘방주’를 문자적 구조물로 재현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부산 전시와 같은 제목의 제24회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부산 전시는 ‘조우하다, 다시-영원’, ‘노아의 방주’, ‘파도를 넘다’ 등 이전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두루 아우르는 36점이 전시됩니다. 신작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파도가 많아지고, 거침없는 편입니다.”
김25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28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초기에는 색면 추상 작업을 오래 했다. 지금은 주로 페인팅과 텍스트를 결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풀어내고 있다. 부산에선 2023년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 ‘파란, 일으키다’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제가 그리는 파도는, 순환의 구조”라면서 “큰 파도가 지나면 평온의 파도가 오는 것처럼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리듬감을 갖고 뛰어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전시 관람은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무). 문의 051-412-4500.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게재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