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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8000㎞ 떨어진 두 해안 지역… ‘군도’의 언어로 잇다

2025년 스페인 테네리페 축제에서 선보인 '하얀그림자' 다원예술 공연 모습. space bv 제공
2025년 스페인 테네리페 축제에서 선보인 '하얀그림자' 다원예술 공연 모습. space bv 제공


부산의 설치미술가 이정윤이 운영하는 전시 공간 ‘스페이스 비브이’(space bv)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공공 현대미술기관 ‘라 레헨타 아트센터’(La Regenta Art Center)와 함께하는 장기 국제 예술 교류 프로젝트 ‘군도랩: 아키펠라고 랩(Archipelago Lab)’을 오는 21일 부산에서 본격화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2024년부터 이어온 민간 차원의 자발적 교류가 결실을 맺은 결과다. 2024년 전자음악·예술축제 케록센(Keroxen) 초청과 2025년 다원예술 프로젝트 ‘하얀 그림자’를 거쳐, 올해 스페이스 비브이와 라 레헨타 아트센터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부산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라는 두 해안 지역을 ‘군도’라는 개념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지역은 약 1만 8000㎞ 떨어져 있지만 항구를 중심으로 이동·교역·이주·정착의 역사를 축적해 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프로젝트는 각각의 예술가를 하나의 독립된 ‘섬’으로 바라보고, 리서치와 전시, 레지던시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하나의 군도로 완성해 가는 협업 구조를 지향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동과 경계, 디아스포라, 환경 문제 등 동시대의 주요 의제를 시각예술로 풀어낸다.

‘군도랩’은 8월 부산 전시를 시작으로 11월 스페인 현지 프로그램까지 양방향 교류로 이어진다.

군도랩 부산 전시 첫 순서를 장식할 강대운의 디지털 이미지 'Visunium(비주니엄)'. space bv 제공
군도랩 부산 전시 첫 순서를 장식할 강대운의 디지털 이미지 'Visunium(비주니엄)'. space bv 제공


부산 전시의 첫 순서는 강대운 작가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프로젝트 ‘Visunium(비주니엄·8월 21일~9월 5일)’이 연다. 작가는 해외 이주자로 살아가며 경험한 정체성의 변화를 실시간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사운드와 이미지로 구현한다.

개막일인 21일 오후 6시에는 카나리아 제도 출신의 3인조 전자음악(EDM) 퍼포먼스 그룹 ‘Lagoss(라고스)’의 라이브 퍼포먼스도 열린다. 라고스는 20일 부산 오방가르드 공연을 시작으로 제주 공연(23일)과 서울 공연(27·28·30일)을 잇는 국내 순회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출신의 3인조 전자음악(EDM) 퍼포먼스 그룹 ‘Lagoss(라고스)’. space bv 제공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출신의 3인조 전자음악(EDM) 퍼포먼스 그룹 ‘Lagoss(라고스)’. space bv 제공


이어 다음 달 8일부터 26일까지는 한국과 스페인 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한국의 김춘자·권순관·강대운·이정윤 작가와 스페인의 칼라 페르난데스 작가가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억’과 ‘장소’를 탐구한 작품을 선보인다.

‘군도랩: 아키펠라고 랩(Archipelago Lab)’의 첫 번째 space bv 단기 레지던시로 부산을 찾을 스페인 작가 칼라 페르난데스. space bv 제공
‘군도랩: 아키펠라고 랩(Archipelago Lab)’의 첫 번째 space bv 단기 레지던시로 부산을 찾을 스페인 작가 칼라 페르난데스. space bv 제공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스페인 작가 칼라 페르난데스의 부산 체류 연구 결과물도 공개된다. 작가는 1960년대 원양어업을 계기로 스페인 라스팔마스에 형성된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그 후속 세대의 정체성을 탐구한 신작 ‘1만 8700㎞’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공개되며, 스페이스 비브이는 이를 위해 레지던시 공간을 제공한다.

교류의 무대는 오는 11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이어진다.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 작가 4명은 11월 18일부터 12월 15일까지 라스팔마스에 머물며 현지 리서치와 신작 제작을 위한 레지던시를 진행한다. 체류 기간에는 라 레헨타 아트센터에서 결과 전시와 시민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할 예정이다.

군도랩 프로젝트 참여 작가 권순관의 'figure'(2025). space bv 제공
군도랩 프로젝트 참여 작가 권순관의 'figure'(2025). space bv 제공
군도랩 참여 작가 김춘자의 'Island'(2025). space bv 제공
군도랩 참여 작가 김춘자의 'Island'(2025). space bv 제공


총괄 기획을 맡은 이정윤 작가는 “공공미술기관이 가진 제도적 인프라와 예술가 자치 공간이 가진 실험성·기동성을 결합해, 지역과 지역이 장기적으로 연결되는 국제 예술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교류를 시작으로 참여 도시와 기관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독창적인 국제 예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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