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을 뿜는 용, 악기를 연주하는 비선, 사천왕, 보리수등, 물고기등…. 부산 도심이 화려한 장엄등과 연등으로 일렁였다.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불자들의 행렬이 밤늦도록 이어지며 밤하늘을 환하게 물들였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5월 24일)을 앞둔 16일 오후 7시 10분께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에서 출발한 연등 행렬은 도로 일부를 통제한 가운데 하마정·양정교차로를 지나 송상현광장까지 2.2㎞ 구간을 약 2시간에 걸쳐 행진했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연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며 행렬에 힘을 보탰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등 각 종단 사찰과 불교 단체, 시민 등 2만여 명이 동참했다. 젊은 불자들이 이끄는 행렬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활기를 더하며 도심 한복판을 축제의 장으로 바꿨다.


행렬에 앞서 열린 ‘부산연등회 봉축연합대회’에는 고승 대덕 스님과 정·관계 인사, 사부대중이 다솜광장을 가득 메웠다. 식전 행사로 마련된 전자현악 그룹 ‘밀키웨이’의 공연은 색다른 분위기를 더하며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부산연등회 봉축연합대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부산불교연합회 회장이자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은 “천지동근 만물일체의 가르침처럼 세계는 하나”라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향한 부처님의 자비를 되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석부회장 삼광사 주지 용암 스님은 “연등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자비와 지혜로 나아가자는 상징”이라며 화합과 상생을 당부했다. 이윤희 부산불교연합신도회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는 부산연등회가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빛과 색으로 이어진 밤, 연등 하나하나는 저마다의 소망을 품은 채 도시를 밝혔다. 그리고 그 빛은 전쟁 없는 세상과 평화를 향한 염원을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행복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