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출신의 극작가이자 현대연극의 선구자 헨리크 입센 서거 120주년을 맞아 그가 마지막으로 집필한 희곡이 부산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서 단 한 번도 공연된 적 없는 연극으로 지난 3년 동안 입센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 이기호 연출가가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단 노릇바치는 오는 4월 9~12일 나흘간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연극 ‘우리 죽어 깨어날 때’ 공연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2003년 창단한 극단 노릇바치는 2010년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지금까지 총 9편의 작품으로 부산 관객과 소통했다.

국내에서 처음 공연되는 연극 ‘우리 죽어 깨어날 때’는 유명 조각가 뤼베크가 아내 마야와 함께 노르웨이의 한 휴양지에 도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잘나가던 조각가이자 자부심 넘치는 예술가였던 뤼베크는 창작에 대한 열의와 영감을 잃고 자신보다 한참 어린 마야와 결혼해 지루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과거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모델 이레네가 나타난다. 그녀는 뤼베크가 자신의 영혼을 가져가 작품 속에 가두어 버렸으며, 그 때문에 자신은 죽었다고 비난한다. 이에 뤼베크는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이레네를 ‘인간이 아닌 도구’로만 대했던 잘못을 깨닫고, 두 사람은 잃어버린 삶을 되찾아 진정한 부활을 이루기 위해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산마루로 올라가기로 한다.
이 작품은 연극 ‘인형의집’으로도 잘 알려진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마지막 작품이다. 1899년 ‘3막의 극적 에필로그’라는 부제를 붙인 ‘우리 죽어 깨어날 때’를 쓴 후 입센은 지병인 뇌출혈을 앓다 6년 뒤 1906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기호 연출가는 2024년 ‘바다에서 온 여인’, 2025년 ‘헤다 가블레르’에 이어 3년 연속 입센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 연출가는 연극의 주제를 ‘삶을 유예한 대가’라고 함축했다. 사회적 명예, 부 등을 쫓은 이들이 생을 마무리하는 시기에서야 자유와 사랑 등 정말로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기호 연출가는 “어떤 등장인물이 자기 자신과 닮은 지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며 “공연장을 나갈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갖고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연진으로는 박찬영, 우명희, 길수경, 이동현, 김학준 등 부산의 대표 배우들이 열연한다. 지난 2월부터 부산대학교 앞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연은 오는9~10일 오후 7시 30분과 11~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티켓 가격은 R석 4만 원, A석 2만 원이며, 13세 이상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예매는 네이버나 ‘NOL ticket’에서 가능하다. 공연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전화(010-2871-5061)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