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만나는 인생 명작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지난 29일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들을 초대해 네 번째 상영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부일시네마는 전문가가 엄선한 숨은 명작을 매달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나누는 참여형 문화 행사다. 이번 상영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2023)로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남편과 사별 후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살아가던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물통에 흙탕물을 담아오고,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 등 아들의 이상 행동이 이어진다. 급기야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린 미나토로부터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에게 폭언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학교를 찾는다. 하지만 교장과 교사들은 영혼 없는 사과만 되풀이하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고, 거센 태풍이 불어닥치던 날 아침 미나토가 사라진다.

이어 담임교사 호리의 시선으로 내용이 반전된다. 성격이 특이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아끼던 평범한 교사 호리.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은 학교의 압박에 못 이겨 억지 사과를 하게 되고, 미나토가 동급생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괴롭힌다고 항변하지만 끝내 묵살당한 채 학교를 떠나게 된다. 짐 정리 중 우연히 요리의 글짓기 과제물에 숨겨진 암호를 발견하고 감춰져 있던 진실을 깨닫는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두 소년 미나토와 요리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에서는 학대를,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던 요리. 미나토는 요리에게 마음이 이끌리면서도 주위 시선 탓에 학교에선 외면하며 스스로 ‘비정상’이라는 혼란에 빠진다. 태풍이 거세게 몰아치던 날, 미나토는 학대 속에 쓰러진 요리를 구해 둘만의 아지트로 향하고, 비바람이 걷힌 뒤 눈부신 햇살 속을 자유롭게 내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엄마 사오리, 담임교사 호리, 그리고 아이들의 시점으로 이어가며 우리가 굳게 믿었던 진실을 뒤흔든다. 악의 없는 평범한 말과 시선이 어떻게 가해자 없는 상처를 만들어내는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상영 후에는 모퉁이극장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관객 토크 ‘소감 한토막’이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책방 ‘여기서책’ 이슬기 대표는 “예술을 접할 때 ‘오독’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의 시선과 해석을 나누며 혼자 볼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며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이날 객석에는 영화를 처음 접한 관객부터 N차 관람객까지 다양한 감상이 쏟아졌다. 34번째 관람이라고 밝힌 한 관객은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인다"면서 “오늘은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함께 관악기를 부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슬픔과 위로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처음엔 ‘괴물이 누구인가’를 찾았지만, 결국 누구도 괴물이 아니었고 각자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려다 벌어진 일이었다”며 “우리 모두 최선의 판단을 하더라도 편견 속에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일상의 평범한 말이라도 누군가에겐 상처이자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며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 아니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소외된 이들의 아픔까지 품어 안는 따뜻한 시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화답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현장에서 진심 어린 감상을 공유한 관객 5명에게 영화 포스터 등 소정의 경품이 증정됐다. 행사에 참여하고 소중한 소감을 나누는 관객들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경품 혜택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1인당 입장권 2장을 제공한다. 부일시네마의 내달 상영작은 한국 가요의 거장 김희갑·양인자 부부의 인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전하는 말’(2025)이다.